음식 맛을 가장 좌우지하는 건 바로 ‘이것’

By 이 충민

보통 우리는 음식의 맛이 재료의 신선도나 요리사의 솜씨에 달렸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중국 옛사람은 그보다 더 중요한 조건이 있다고 알려주고 있다.

명나라 가정(嘉靖) 연간에 높은 벼슬을 지냈던 유남원(劉南垣)이 나이가 들어 은퇴해 집에 머물고 있었다.

그런데 마을에 늘 음식문제로 아랫사람들을 심하게 타박하는 한 관리가 있어서 사람들이 모두들 두려워했다.

유남원이 들어 보니 그 관리는 예전에 자신의 문하생이었던지라 마땅히 법도를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하고 아랫사람들을 안심시켰다.

유남원은 이 관리를 자기 집으로 초대하면서 말했다.

“자네와는 특별히 식사라도 한 끼 했으면 하는데 마침 집사람이 다른 곳에 가 있어 집에 밥을 할 사람이 없다네. 차린 음식은 별로 없지만 나와 함께 식사할 수 있겠는가?”

관리는 스승의 청을 흔쾌히 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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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전부터 한낮이 지나도 밥은 나오지 않았고 관리는 배가 고파 견딜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 한참 기다린 후에 나온 식사는 겨우 조밥에 두부 한 그릇뿐이었다. 하지만 배가 몹시 고팠던 까닭에 관리는 세 그릇이나 맛있게 비웠다.

잠시 후 온갖 맛있는 음식과 좋은 술이 한 상 가득 차려졌지만 관리는 이미 한 수저도 들기 어려울 정도로 배가 불러 있었다. 유남원이 억지로 권하자 관리는 “저는 이미 배불리 먹어 더 이상은 먹을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유남원은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이 일을 통해 보건대 음식이란 원래 좋고 나쁜 구별이 있는 것이 아닐세. 배가 고플 때는 아무 음식이나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배가 부를 때는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꺼리게 되는 법이지. 이렇게 음식의 맛은 단지 시기에 달렸을 뿐이네.”

이 관리는 스승의 말을 듣고 크게 깨닫고는 그 후로는 음식 때문에 사람들을 타박하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