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그림과 함께하는 상서로운 새봄 맞이

By 조영수

동아시아 지역의 선조들에게는 새해 벽두, 삿된 것을 피하고 상서로움을 가져올 아이콘을 넣어 그린 그림들을 집 안팎에 걸어 새해를 맞이하고 다가올 새봄을 준비하는 풍습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선 새해가 밝으면 오는 해를 어지럽힐 삿된 것들을 막아주는 의미로 관청문에 거대한 세화(歲畵)가 걸리곤 했다.

용과 호랑이/ 국립중앙박물관

현재 평창에서 포효하는 ‘수호랑’의 활약을 기념하여 ‘동아시아의 호랑이 미술―한국·일본·중국’전(국립중앙박물관, 3월 28일까지)에서 전시되고 있는 2.22m 높이 대형 용호도는 관청에 걸기 위해 세화로 제작된 그림이다.

호랑이 그림은 우리 민족이 영물이라 여긴 호랑이의 용맹함을 경외하고 그 기상을 사랑하여 소장하기도 하지만 집을 침범하는 삿된 기운을 물리치는 벽사(邪)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 호랑이 그림 중 백미라 일컬어지는 단원 김홍도의 ‘송하맹호도’와 ‘죽하맹호도’가 전시 중이며, 그림의 맹호들이 금방이라도 화폭을 뚫고 포효할 듯한 기세다.

단원 김홍도가 그린 ‘송하맹호도(松下猛虎圖·소나무 아래 맹호)’와 마루야마 오쿄(圓山應擧)의 ‘호소생풍도(虎嘯生風圖) / 국립중앙박물관

같이 전시 중인 일본 호랑이 그림과 비교해 보면, 호랑이가 아예 존재하지 않던 나라와 호랑이가 출몰하던 나라에서 호랑이라는 동물에 대한 인식 차이가 재미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설 밑에 임금님이 신하들에게 새해에 삿된 것을 피하고 상서로움을 가져올 각종 화초와 동물들이 그려진 세화를 하사하기도 하고, 사대부 집에선 해태, 개, 닭, 호랑이 그림을 집안의 문마다 붙이기도 했다.

조선시대 김득량 ‘삽살개’ / 개인소장

 

닭그림(화조도 10폭 병풍) / 국립민속박물관

 

우리 민족은 긴 겨울 동안 푸르름을 유지하며 꿋꿋이 견디는 소나무와 대나무를 아꼈지만, 차가운 겨울 바람 속에서 피어나 은은한 향을 널리 날려 보내는 매화를 특별히 사랑했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인들은 혹한을 이겨내는 봄의 전령인 매화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여 수많은 매화 그림 걸작들이 전해지고 있다.

단원 김홍도의 ‘노매함춘'(老梅含春) / 개인소장
중국 원나라 말 왕면(王冕)의 남지춘조(南枝春早) / 대만고궁박물원
일본 에도시대 오카타 고린(尾形光琳), 홍백매도병풍(紅白梅圖屛風) / 일본 世界救世敎

특히 중국에서는 부활과 희망의 상징인 매화와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 겨울에도 자색 잎과 붉은 열매로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남천, 봄의 전령 수선화, 연꽃, 과일 등과 괴석이 신춘에 상서로운 기운을 가져오는 상징물로서 새봄맞이 그림(세조도 歲朝圖)에 많이 등장한다.

상서로움이 넘치는 새해를 기원하며 중국 청대의 세조도 두 폭을 소개한다.

청나라 옹정제 시대의 ‘세조여경도(歲朝麗景圖) ‘/공유 이미지
청대 실크 자수 작품 ‘혁사세조도(緙絲歲朝圖)’/베이징 고궁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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