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타워 등반’ 알랭 로베르 “한국은 좋은 나라, 10점 만점에 8점”

By 허민 기자

롯데월드타워를 맨손으로 올랐던 프랑스인 알랭 로베르(56)씨는 이번에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그는 “빌딩을 오르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좋은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로베르씨는 도심의 고층 건물을 보호 장비 없이 맨손으로 오르는 이른바 ‘어반 클라이머’ 가운데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남북 관계가 개선 국면으로 접어든 것을 의미 있게 생각해 한국을 방문할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호텔 로비에서 뉴시스와 만난 로베르씨는 밝은 표정으로 등장한 후 한국에 대해 말했다.

뉴시스

“남북화해 분위기가 형성된 것을 축하하려 한국에 오게 됐다. 그동안 김정은에 대해서는 안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갑자기 많은 게 바뀌기 시작했다. 왜 갑자기 그가 생각을 바꿨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굉장히 환영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로베르씨는 1994년부터 고층건물을 오르기 시작했다. 자선기금을 모으거나 반전 또는 평화적 메시지를 전달할 목적으로 빌딩을 오른 일도 있었다.

그가 오른 대표적인 건물은 ▲1994년 미국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199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1997년 프랑스 파리 에펠탑 ▲1999년 윌리스타워(당시 시어스타워) ▲2004년 타이완 타이베이 101 ▲2005년 홍콩 청훙 센터 ▲2008년 홍콩 포시즌 호텔 등이다.

2011년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의 828m 높이 부르즈칼리파(Burj Khalifa)를 6시간 만에 오르는 등 70개국 이상을 돌아다니면서 다수의 고층 빌딩을 맨손으로 정복해왔다.

AFP/Getty Images

로베르씨는 한국에서 등반할 빌딩으로 롯데월드타워를 점찍었은 이유에 대해 “높고 깨끗한 건물이라고 전부터 들어 알고 있었다”라면서 “지난해 한국 사람이 올라갔다는 이야기도 들어 한 번 올라보기 좋은 건물일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인생 통틀어 약 150개 빌딩에 올랐는데, 공학적으로 봤을 때 롯데월드타워도 굉장히 좋은 빌딩이라고 생각한다. 단점은 약간 오르기 힘든 빌딩이라는 것이다. 그것보다 더 힘든 빌딩도 많이 올라봤는데, 한국은 날씨가 많이 습하고 더워서 이번에 오를 때 힘든 순간이 많았다. 올라갈 때부터 컨디션 조절에 신경을 써서 물도 수시로 마시고 50~60m 오를 때마다 쉬었다. 경비원이 많아 도중에 멈춰야 해서 결국 다 오르지는 못했다. 후회는 없다.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그는 미국이나 싱가포르, 중국 등에서 현지 치안당국 손에 붙잡힌 경우도 많다. 이번 롯데월드타워 등반에서도 소방당국에 의해 75층에서 ‘구조’된 뒤 서울 송파경찰서에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과 자주 마주치는 로베르 씨(Craig Golding/Getty)

“유치장에 거의 13시간 정도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는 내 행동을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각 나라마다 다른 법과 규율이 있기 때문에, 한국 경찰들에게 골치 아픈 일을 만들어주고 싶지는 않다. 이번에 한국에서는 그저 빌딩 등반하는 한 사람 때문에 소방관과 소방차가 많이 왔다. 나로선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웃음)”

로베르씨는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당신의 취미를 좀 더 엄격하게 관리한다고 보는 건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물론 경찰들은 그들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일 뿐이다. 나는 한국의 법을 바꾸려는 게 아니다. 한국에서 따르는 법이 있기 때문에 나라가 안전하고 깨끗하고 부유하게 잘 사는 것 아니냐. 나는 내가 한 일로 인한 결과를 마주하는 것뿐이다.”

로베르씨는 중국 상하이에서 스파이더맨 복장으로 고층 빌딩을 오르다가 체포돼 6일간 감옥에 감금됐다고 한다(China Photos/Getty)

대화 중간 로베르씨는 돌연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 내가 한국에 와서 놀란 것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길을 건널 때 굉장히 신호를 잘 지킨다. 도로에 차가 없어도 빨간불이면 길을 건너지 않는다. 왜 그러는 건가”라고 질문을 던져왔다.

기자가 ‘어릴 때부터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일 것’이라고 하자 그는 “사실 그게 맞는 것 같다. 한국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교육을 철저히 받는다. 한국 사람들은 예의도 바르고 정중하며, 서로를 항상 존중하는 것 같았다. 빌딩을 오르긴 힘든 나라이지만, 그래도 한국은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여행가이고 평생에 걸쳐 많은 나라들도 가봤는데 굳이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8점을 한국에 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로베르씨는 이후 계획을 묻자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기회가 되면 북한 빌딩도 올라보고 싶다. 북한에 피라미드 모양의 300m 높이 호텔이 있다고 들었다. 만약 김정은이 나더러 그 빌딩에 오르라고 초청한다면 기쁜 마음으로 갈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초대’를 받아야 한다. 자발적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몰래 가서 올랐다가 총이라도 쏘면 어떻게 하나. (웃음) 나는 내 몸과 정신이 허락하는 한 계속 빌딩을 오를 것이다. 나이까지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65~70세까지는 계속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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