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김정은 담판에 북미대화 성패 갈린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단 임무가 마무리됐다.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의 구체적인 진용도 갖춰지면서 본격적인 회담 준비에 돌입하게 됐다.

한반도 정세 변화 설명 임무로 중국·러시아를 방문했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3박4일의 일정을 마치고 15일 오전 귀국했다. 원포인트로 일본을 찾았던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하루 앞선 14일 귀국했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함께 청와대를 찾아 문 대통령에게 그간의 결과를 보고하는 것을 끝으로 대북 특사부터 시작돼 방미와 한반도 주변 4강국을 순회하는 특사외교가 일단락 됐다.

정 실장은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러는 한반도 비핵화 목표는 대화를 통한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견지한 문 대통령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앞으로도 적극 지지키로 했다”고 방문 성과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중·러는 우리 정부와 긴밀한 소통을 해나가면서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평화와 안정의 모멘텀을 계속 살려나가는 데 협력키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특사단의 방문을 통해 미·중·러·일 한반도 4강국 모두 현재 전개되고 있는 남북대화 국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음이 확인됐다. 자신들의 역할론을 강조하며 남북-북미로 이어지는 대화국면에서 저마다의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자신들이 대북해법으로 주장해 온 ‘쌍중단'(雙中斷·북핵·미사일 도발 중단과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협정 동시진행)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미·일 삼각공조를 통한 강한 대북 제재·압박을 주장하던 일본도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자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해결의 필요성을 내세우며 대화에 편승하는 모양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한 달 뒤 이어질 북미 정상회담의 ‘리트머스’ 시험지 성격이 짙다. 과거 남북 정상회담이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일회성으로 끝난 것과 달리 연속된다는 점에서 ‘징검다리’ 역할이 될 전망이다.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한·미 공통의 목표가 분명한 상황에서 한달의 시간차를 두고 이뤄지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은 어떤 식으로든 연계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큰 틀에서의 비핵화와 관련된 합의가 도출되면 이어지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세부적인 의제를 다루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요구하는 북미 관계정상화와 반대급부로 제시한 비핵화 의지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는 것이 관건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어느 정도 포석을 마련한다면 북 미 정상회담의 결과도 낙관을 점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한반도 정세가 다시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으로, 성급한 낙관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2005년 6자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방안에 관련해 도출한 9·19공동성명과 그 바탕 위에서 이뤄진 2007년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종전선언 추진을 위해 3자 또는 4자 회담을 추진하기로 합의했지만 흐지부지 된 바 있다.

북한은 미국이 대북 제재를 전면해제하고 북·미관계 정상화를 이루면 평화협정에 서명할 수 있다며 ‘先 정상화, 後 핵폐기’ 입장을 고수했다. 미국은 ‘先 핵폐기, 後 평화협정 협상’ 조건을 내걸며 맞섰다. 결국 북미 간 입장 차 탓에 비핵화 논의는 무산된 바 있다.

때문에 이같은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문 대통령의 중재 외교력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견인한 것에 이어 또 한 번의 중재력이 요구된다.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의제에 있어 북미간 인식의 차이를 좁혀야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어느 정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4월 말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 사이에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4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기업인 대표와의 조찬간담회에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중간에 한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리는 “남북 정상회담의 경험이라까, 그때 얻은 여러가지 판단, 이런 것들을 트럼프 미국 대통령께 우리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는, 함께 지혜를 모으는 한미 정상회담이 중간에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어렴풋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며 “이 총리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고 추정하는 그런 단계일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