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간 연구 결과 최고의 영어 학습법은…”

한국의 영어교육이 비효율적이라는것은 대부분 인정하는 사실이다. 학창시절에 보통 영어시험은 듣기, 읽기, 쓰기 위주였고 영어수업 역시 시험에 대비한 수업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평생 외국어를 어떻게 잘 습득할 수 있는지 연구한 한 학자는 이와는 전혀 다른 방법을 제시했다.

“책 읽기는 외국어를 배우는 최상의 방법이 아닙니다. 그것은 유일한 방법입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의 스티븐 크라센 명예교수(77)는 “외국의 학습의 비결은 책 읽기에 있다”고 밝혔다.

크라센 교수는 제2 언어 습득 이론 및 미국 이민자 학생을 위한 영어 교수법의 창안자로, 그의 저서 ‘읽기 혁명'(The Power of Reading·2004)은 교사와 언어학자들의 언어 교수 방법을 바꾼 영향력 있는 권위서로 인정받고 있다.

동아일보는 21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크라센 교수를 만나 영어 조기교육 논쟁부터 시간이 지날수록 퇴보하는 한국인의 영어 실력에 대한 해법까지 물었다. 다음은 문답을 요약한 것이다.

책 읽기가 중요한 이유

“언어는 ‘학습(studying)’을 통해 ‘습득(acquisition)’하는 게 아니다. 문법을 배우고 단어를 외우며 고통스럽게 노력할 필요가 없다. 남이 말하는 것과 자신이 읽은 걸 이해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언어 입력이 필요하다. 45년간 연구한 결과 책 읽기가 가장 효과적인 언어 입력 수단이었다. 이때 중요한 건 읽고 싶은 걸 읽어야 하며, 즐거운 독서(Pleasant reading)가 되어야 한다.”

‘즐거운 독서’는 영어 교재 읽기와 어떻게 다른가.

“아이가 스스로 읽고 싶은 걸 골라서 읽어야 한다. 만화책도 좋으니 아이가 읽고 싶은 책을 스스로 선택해 읽는 게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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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를 싫어한다면?

“세상에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는 없다. 다만 적절한 책을 아직 못 찾았을 뿐이다. 그래서 책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

교육부가 올해 초등학교 1, 2학년 방과 후 영어 수업을 금지했다.

“고학년이 저학년보다 더 빨리 배우기 때문에 영어를 1학년 때 배우나 3학년 때 배우나 상관없다. 사실 5학년쯤 되면 실력 차이가 거의 안 난다. 모국어가 가장 중요(extremely important)하다. 모국어 실력이 바탕이 되어야 외국어도 잘 습득한다.”

원어민 강사가 영어를 가르치는 게 더 효과적인가.

“통상 발음 때문에 선호할 수 있지만 사실 아이들은 선생님의 발음을 배우지 않는다. 대신 친구나 영화배우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로부터 발음을 배운다. 선생님에게 가장 필요한 건 좋은 발음이 아니라 정말 아이들을 좋아하는지, 아이들에게 책 읽기를 권장하는지, 언어 습득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다.”

크라센 교수는 지난 2016에도 한국을 방문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토익·토플 점수 향상법도 제시했다. 그는 “영어로 된 책을 많이 읽을수록 영어 단어와 문법을 잘 아는 것은 물론 토익·토플 점수도 높게 나온다”고 밝혔다.

크라센 교수와 일본 학자인 베니코 메이슨은 지난해 11월 외국인이 영어로 된 책을 한 시간 읽을 때마다 토익 점수가 0.62점씩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크라센 교수의 언어 학습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그의 웹사이트에서 얻을 수 있다. http://www.sdkrash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