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졸업하고 음식물 쓰레기로 연명하는 ‘나무늘보 여인’

By 김 건명 인턴기자

고려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지만, 지하철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있는 여성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지난해  TV조선 다큐 ‘구조신호 시그널’에서는 ‘나무늘보 여인’이라 불리는 한 여성의 사연이 소개됐다.

사연을 담은 영상에서는 이용객이 바쁘게 오가는 지하철역 한 구석에 노란색 옷을 입은 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의문의 여성은 어딘가 불편한지 양손에 지팡이를 짚고 나무늘보처럼 느리게 걸어 다녔다.

그러다 그녀는 지하철역 내에 비치된 쓰레기통 앞에 멈춰 서더니 분리수거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의 진정한 목적은 분리수거가 아니었다. 그녀는 바나나 껍질을 보더니 입으로 가져갔다. 먹다 남은 빵이나 버려진 우유, 떡볶이 국물도 마다하지 않고 먹었다.

사진- TV조선 ‘구조신호 시그널’

그녀의 손가락에서 유독 길게 자란 새끼 손톱이 눈에 띄었다. 방송에서는 이쑤시개처럼 쓰거나 혹은 몸을 긁는 데에 쓴다고 설명했다.

거동이 불편하다보니 지하철을 타고다니기만 해도 그녀에게는 위험해 보였다. 실제로 사람에 치여 넘어진 적도 있다고 했다.

왜 그러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여인은 “봉사하기 위한 것”이라며 “더러운 걸 참을 줄 알아야 한다”고 대답했다.

지하철 보안요원과 환경미화원이 말리고, 다른 이용객이 항의하기도 했지만 그녀의 행동에는 변함이 없다.

TV조선 ‘구조신호 시그널’

지하철을 돌아다니는 일 외에 비둘기 밥 주기 그리고 노래를 부르는 게 그녀의 일상이다. 직접 가사를 짓기도 한다.

그녀의 정체를 궁금히 여긴 제작진이 찾아낸 이름은 이미애였다. 이씨가 처음부터 지하철 생활을 한 것은 아니었다. 이전에는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다고 했다.

1989년 고려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는 이씨는 임용고시를 준비하며 밝은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23년 전, 테니스를 치고 돌아오던 이씨는 건널목을 건너던 중 차에 치여 척추가 틀어지고 뇌를 다쳤다. 그 후유증으로 보행장애가 생겼고, 쓰레기통과 비둘기에 집착하는 정신적인 병까지 얻었다.

이씨의 졸업앨범에 실린 사진 /TV조선 ‘구조신호 시그널’

이후 이씨는 병원치료를 멈추고 이러한 생활을 하게 됐다.

이에 ‘시그널’ 제작진은 미애씨를 도울 방법을 찾다가 평소 노래를 부르고 수준 높은 가사를 쓰는 이씨의 재능에 집중했다.

제작진의 도움으로 이씨는 20년 만에 다시 병원 치료를 시작하고 인디밴드 ‘망고팔트’의 도움으로 평소 좋아하던 노래를 하는 등 다시 재활치료를 시작했다.

방송이 나간 후, 시청자들은 안타까워하면서도 이씨의 재활을 응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